수원에는 최초의 한국 여성 서양화가, 정월 나혜석 여사의 이름을 기리는 ‘나혜석 거리’가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수원시청역을 오갈 때마다 이 거리를 누비고 있지만, 거리의 이름이 왜 나혜석 거리인지, 거리의 동상과 비석에는 무슨 내용이 적혀있는지 잘 모르실 텐데요. 오늘은 수원 태생의 나혜석 여사를 알아보고, 그 자취를 따라가보도록 하겠습니다.
■ 조선시대 신여성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나혜석 거리>
나혜석 거리는 나혜석 여사의 업적이 알려진 이후 수원시의 주도 아래 조성된 거리입니다. 1999년 ‘제1회 나혜석 바로알기 포럼’이 열린 이후, 나혜석 여사가 이달의 문화인물로 선정되면서 그녀의 파란만장한 스토리가 세상 밖으로 나왔는데요. 이를 기리기 위해 수원시에서는 팔달구 인계동 효원공원부터 서쪽 600m 거리를 나혜석 거리로 지정했습니다. 거리 중심에 우뚝 선 ‘나혜석상’은 수원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잡았죠. 또한, 2006년에는 음식문화 시범거리로 선정되면서 수원 향토음식을 즐길 수 있는 명소로도 널리 알려졌습니다.
■ 수원 문화의 중심지로 발돋움하다
수원 문화의 중심지답게, 나혜석 거리 양옆으로는 음식점, 카페, 복합문화시설 등이 쭉 펼쳐져 있습니다. 중간중간 대형마트와 영화관도 입지해 있으며, 거리 끝자락에 다다라서는 다양한 아파트단지를 마주하게 되죠.
거주인구가 많은 덕에 매번 새로운 플리마켓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는데요. 나혜석 거리의 플리마켓은 계절에 따라 그 수와 컨셉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고 합니다. 나나마 마켓, 예술시장이 대표격이며, 축제가 있을 때마다 팝업 스토어 형식의 플리마켓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거리를 거닐고 있노라면 나혜석 거리가 왜 수원시 문화의 중심으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죠.
나혜석 거리에는 버스킹 문화도 꽃피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제법 긴 시간 머무르며 시간을 보내는 공간인 만큼, 제가 찾은 날에도 버스킹을 선보이는 이들이 많았는데요. 소중한 사람들과 잔잔한 선율 아래 6월의 밤을 느끼고 싶은 분들은 꼭 이곳에 들러보시기 바랍니다.
■ 거리 곳곳에 묻어나는 나혜석 여사의 흔적
문화의 거리로 발돋움한 나혜석 거리 주변부에서는 여전히 남아있는 나혜석 여사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효원공원 방향으로 길을 지나다 보면 ‘잠들지 않는 길’이라는 작품이 남아있는데요. 중앙 거리를 잇고 있는 비석에 나혜석 여사의 일대기를 기록한 작품이 그녀의 일생을 대변하는 듯해 인상적이었습니다.
같은 방향으로 거리를 계속해서 걷다 보면, 중심부에서 봤던 동상과는 사뭇 다른 그녀의 동상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곁에는 나혜석 여사의 대표적인 시, ‘인형의 가’가 새겨진 비석도 있는데요. 헨리크 입센 ‘인형의 집’에 영향을 받은 그녀가 첫째 딸을 낳던 시기에 발표한 본 시를 통해 근대 신여성으로서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수원시 인계동 중심에 조성된 나혜석 거리는 일반적인 거리와는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시절, 신문물을 향유한 나혜석 여사처럼 다채롭고 입체적인 공간이었는데요. 수원시민, 혹은 수원을 방문할 계획이 있는 분들은 나혜석 거리에서 갖은 문화생활을 즐기시고, 그녀의 일대기가 새겨진 기록물들을 둘러보는 시간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나혜석 거리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