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행궁동 신풍초등학교에서 화서문에 이르는 화서문로 42번길은 조선시대 화성 축성 때부터 만들어진 장안문 옛길입니다. 무심코 길을 걷다가 이 옛길에 들어서게 되면 시간을 거슬러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담과 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노란 해바라기와 코스모스 꽃잎 그림을 따라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했던 놀이들이 펼쳐지는 곳, 바로 ‘이야기가 있는 옛길’입니다.
‘이야기가 있는 옛길’은 한 달 동안 행궁동 주민들이 차 없이 살기 체험을 진행했던 ‘생태교통 수원 2013’ 행사를 계기로 조성되었습니다. 이 후 행궁동의 500m 남짓 되는 이 좁은 골목길은 차보다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길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 당신의 추억이 머무르는 곳, '이야기가 있는 옛길'
좁은 길 좌우 담벼락에 수 놓인 벽화와 함께 ‘이야기가 있는 옛길’에는 옛 풍경과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옛길이 조성되면서 행궁동과 그 주변지역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장안문 옛길과 화서문 옛길, 나혜석 옛길의 풍경도 달라졌는데요, 이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어린 시절 집으로 가는 길에 느낄 수 있었던 구불구불한 골목길의 추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장안문 옛길과 나혜석 옛길이 만나는 골목, 삼거리의 보도블록으로 들어서면 지금의 40대, 50대들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사방 놀이 등 추억의 놀이를 할 수 있는 장소가 펼쳐집니다. 그 옆 담벼락에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그림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합니다.
길을 따라 조금 더 걸어가면 이제는 거의 사라진 굴렁쇠 놀이, 줄넘기 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을 거닐다 보면 한 번쯤 멈춰 서서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한 소중한 시간을 다시금 떠올리게 됩니다. 이름 그대로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거리인 셈입니다.
이 밖에도 ‘이야기가 있는 옛길’에서는 추억 속 만화 캐릭터와 공룡 벽화 역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화서문로 입구에는 마징가 제트가 큰 주먹으로 벽을 뚫고 있고 수원제일감리교회 비전센터 주차장 2층 벽에는 창문 사이로 공룡들이 눈을 크게 뜨고 내려다보고 있는데요. 이 그림 역시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이야기가 있는 옛길’ 의 명물 벽화 입니다.
행궁광장과 정조로가 만나는 정조로 841번길로 들어서면 커다란 벽면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ET>의 한 장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과 ET가 하늘을 날아가고 있는 이 벽화는 거리를 찾는 수많은 사람들의 카메라 세례를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옛길
이야기가 있는 옛길은 여느 벽화거리와는 달리 지역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주민들이 직접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집 앞 길거리에 펼쳐 놓거나, 식당 앞에 옛 사진을 전시하는 등 마을을 찾는 이웃들을 위해 옛 추억들을 함께 나누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을의 역사와 그곳을 지켜 온 주민들의 삶까지 함께 느낄 수 있어 ‘이야기가 있는 옛길’은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로부터 더욱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이번 주말, 수백 년 세월의 깊이와 추억이 깃든 ‘이야기가 있는 옛길’을 걸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길을 걷다 마주치는 동네 주민들과의 반가운 인사도 골목산책의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