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전체 인구의 15%가 우울감을 느낀다는 연구결과가 유럽정신의학회지에 실린 적이 있습니다. 이는 세로토닌 호르몬과 관련이 있는데, 우울감을 없애는 이 호르몬은 신체활동을 적당히 하고 햇볕을 받아야 잘 준비된다고 합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열심히 움직이는 것과 같은 건강한 생활습관 중, 추운 겨울철 가장 힘든 습관은 아마도 몸을 움직이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따라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나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실내생활만 하지 말고 틈틈이 운동이 될 만한 것들을 시도하려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더 많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겨울을 대비하여 우리의 신체와 마음 상태에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운동의 효과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
우리 모두가 언젠가 들어보았을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은 고대 로마의 시인 유베날리스가 한 것이니 무려 2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2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신체의 건강이 정신적인 마음 상태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모두가 경험을 통해서 느껴보셨을 겁니다.
이런 사실은 중증 질환이나 만성 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분들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그저 매일 매일의 일상 생활에서도 우리의 몸 상태나 컨디션에 따라 기분이 달라지고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나 안정감이 변화하는 것을 경험하는 것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 신체와 마음의 관계
저는 최근에 우연히 무용을 취미로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서 무용이 더 이상 극소수 매니아층만 즐기는 운동이 아니게 되었다는 내용의 보도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상당한 노력과 어려움이 불가피한 무용을 배우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사람들에게 물었더니 대체적으로 공통적인 대답은 '어려운 자세나 동작을 통해 자신이 평소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세세한 근육들을 단련하면서 자신의 몸과 근육들을 더 자세히 느낄 수 있게 되었고 더 즐겁고 만족하고 행복하게 느낄 수 있다'라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이것도 결국 몸을 통해 인식하는 자신의 감각, 느낌들이 정신적인 마음 상태에 영향을 주는 한 가지 예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신체적인 부분이 마음 상태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한데 도대체 어떻게 우리의 몸이 마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걸까요?
신체와 마음이 정확히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아직 명확히 밝혀진 사실은 없습니다. 또한, 신체와 마음이 실제로 서로 다른 존재인지, 혹은 마음이라고 하는 것이 종교에서 말하는 영혼이라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현재까지 많은 논쟁이 있어왔습니다. 하지만 현재 신경과학자들은 신체 내부 및 외부의 감각 경험들을 통하여 인간의 기본적인 마음 상태가 형성되고 있다는 관점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조금 더 쉽게 말하자면, 우리의 몸에 대한 지각이 바로 마음이라는 것이죠.
■ 신체변화가 마음변화를 이끈다
신경과학자들이 제시하는 연구결과들을 보게 되면 일반적인 통념과는 다르게 우리가 실제 느끼는 감정보다 신체의 변화가 선행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불안을 실제로 느끼기 전에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근육에 힘이 들어가는 신체적 변화가 먼저 일어난다고 합니다. 그런 연후에야 비로서 우리가 불안하다는 것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가 느끼는 실제 감정들 역시 우리 신체의 감각들을 제어하거나 조정하는데 다시 영향을 주기는 하니 마음 또한 신체에 영향을 주는 것이 사실이지만, 신체적 감각이 우리의 실제 감정에 미치는 영향은 정말 놀랍고 신기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다중인격을 포함해서 다양한 의식상태들에 대해 연구를 해온 프랭크 퍼트넘 박사에 따르면, 우리가 평상시에 스스로를 단일한 하나의 정체성을 가진 인물로 느끼고 있지만 실제의 우리는 우리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여러 가지 서로 구분되는 의식상태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퍼트넘 박사는 이런 의식상태를 바꾸기 위한 중요한 방법들로 신체활동 및 자세 변화를 언급하였는데 예를 들어, 단지 호흡을 깊게 들이마시고 어깨를 뒤로 제치고 턱을 드는 것만으로도 낙심했던 상태에서 긍정적이고 자신감있는 의식상태로 바뀌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하였고 운동 같은 것을 통해 신체활동의 수준을 높임으로써 기분이나 의식상태를 바꿀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 운동이 낳는 다양한 긍정 효과는?
따라서 요가나 운동같이 신체 활동이나 자세변화를 유도하는 방법이 우리 마음 상태에 상당한 영향을 주게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운동이 신체적으로 지구력, 근력, 유연성 등을 향상시켜주는 효과가 있는 것은 물론 우울증의 치료에서도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이미 수많은 국내외 학술논문들에서 입증되었습니다. 유산소 운동이든 근력 운동이든 모든 종류의 운동이 엔도르핀을 높여주고 우울증 치료약처럼 항우울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입니다. 또한 규칙적인 운동이 우울증 발생을 30% 가량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며 운동은 우울감뿐만 아니라 불안, 긴장감 등의 다른 부정적 느낌들도 줄여주고 즐거운 기분 및 만족감과 같은 긍정적 기분을 향상시킨다고 합니다.
또한, 국내에서 시행된 남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운동연구 결과를 보면 규칙적이고 장기적으로 운동하는 직장인들이 직장에서의 직무 스트레스는 물론 가정에서의 스트레스도 운동을 하지 않는 직장인들보다 덜 받는 것으로 나타났고 작업능률, 직무만족도, 피로회복에도 운동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운동이 치매환자들에게 미치는 여러 연구결과들을 검토해 보면 운동이 보행 등의 신체기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기억력 및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늦춰주고 행복감 및 삶의 질을 증진시킴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의사들이 자주 걷고 운동 많이 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들을 자주 하는데 이런 얘기들이 그저 듣기 좋은 잔소리 같은 얘기가 아니라 엄연히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있는 일종의 처방전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살펴봤던 것처럼, 운동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신체와 마음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겨울의 매서운 추위는 몸과 마음을 한결 움츠려 들게 하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우울감을 가져다 줄 수 있지만 어쩌면 우리가 조금 더 움직이고 활동하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게 되면 지금까지 늘 경험해왔던 겨울과는 다른 겨울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어떤 운동이든 좋습니다. 각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운동을 통해 신체는 물론 마음까지 안정시키고 가다듬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기사 출처: 강북삼성병원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