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날씨가 이어져 옷깃을 단단히 여미게 되는 요즘입니다. 비가 한차례 내린 탓에 더욱 으슬으슬한데요. 하지만 고개를 들어 길거리를 바라보면 절정에 이른 아름다운 단풍이 아직 한철인 듯합니다. 지난 주말엔 가을 끝자락의 정취를 만끽하고파 만추의 절경을 만나볼 수 있는 용인 <호암미술관>에 들러봤는데요. 전시를 보지 않더라도 한국의 전통정원을 거닐며 느끼는 고즈넉한 분위기가 제법이었습니다. 그럼, 빨갛게 물든 호암미술관 속으로 함께 떠나보실까요?
■ <호암미술관>에서 만끽하는 물오른 단풍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가실리에 있는 호암미술관은 휴관일인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됩니다. 입장료는 성인4,000원, 소인 3,000원이며 에버랜드 연간 이용권자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데요. 수려한 자연 속에 자리한 호암미술관은 보기만해도 탄성을 자아내는 멋진 경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크게 호숫가 수변광장, 문인석과 무인석이 있는 석인의 길, 전통한옥 형태의 미술관 본관 건물, 한국전통정원 희원(熙園)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관련 링크: 호암미술관 홈페이지
호암미술관 입구 좌측에 있는 호숫가 수변광장을 먼저 둘러봤습니다. 이곳은 원래 산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벚꽃놀이 명소인데요. 벚꽃뿐 아니라 단풍까지 매우 아름다운 나들이 장소였습니다. 마치 산불이라도 난 듯, 붉은빛을 열정적으로 발산하는 단풍이 매우 아름다웠죠. 시간이 지나면 겨울의 눈 덮인 풍경도 아주 멋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계절에 따라 변화무쌍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호암미술관의 호숫가 수변광장 소나무 그늘 아래 앉아, 모처럼만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참 보기 좋았답니다.
호암미술관은 삼성그룹 창업자인 故 이병철 회장이 기증한 1천 2백여 점의 소장품을 바탕으로 설립됐습니다. 1층에서는 연중 2회 기획전시가 열리고, 2층에서는 산수화와 인물화, 도자기 상설 전시가 이뤄집니다. 현재 호암미술관 기획전시실에서는 ‘근대인의 삶과 꿈’이라는 주제의 전시가 진행 중입니다. 5개의 소주제로 근대인의 인생과 소망이 담긴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박수근, 이중섭, 천경자 등 한국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가득했답니다.
미술관2층에서는 의자에 앉아 바깥 경치를 볼 수 있었습니다. 한쪽 벽이 커다란 통창으로 되어 있는 이곳은 절정의 단풍을 구경하기에 제격인데요. 붉게 타오르고 있는 만추의 단풍을 넋 놓고 바라보며 눈 호강 하기에 딱 좋은 곳입니다. 창 너머 알록달록하게 물든 산을 보니 저절로 힐링이 되는 듯했답니다.
■ 호암미술관 내 한국전통정원 희원(熙園)에서 느끼는 고즈넉한 한국의 정취!
[한국전통정원 회원의 전경을 담은 영상]
호암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아래로 조금 내려가면, 사극에서나 볼 수 있는 멋진 정원이 나옵니다. 바로 한국전통정원 ‘희원’인데요. 회원은 전통적인 한국 정원의 멋을 보여주기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며 주변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는 한국식 정원의 특성을 잘 보여주죠. 이곳에 오니 마치 조선시대 양반댁의 정원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희원 안에는 계절마다 할미꽃, 초롱꽃, 원추리, 꽃무릇, 백리향, 노루오줌, 벌개미취, 모란 등 갖가지 꽃들이 피어납니다. 정원 연못인 법연지 안에는 연잎도 많이 보였는데요. 여름에 오면 아름다운 연꽃도 볼 수 있을 것 같았죠.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매우 정갈하게 잘 꾸며진 정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정원 내 위치한 작은 정자 호암각에 잠시 앉아 사색에 빠져보는 시간도 가졌는데요. 이렇게 가을이 가는구나 싶어 콧날이 시큰해지기도 했습니다. 잠자고 있던 제 감성까지 깨우는 풍경이었죠.
호암미술관은 번잡하지 않아 가족들끼리 오붓한 나들이를 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였습니다. 잘 정돈된 산책길, 진귀한 문인석과 무인석, 다보탑, 법연지와 주정 풍경 등 어느 하나 눈길 가지 않는 장소가 없었죠.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소박하거나 화려한 석조물은 아름답게 물든 단풍과 어우러져 가던 길을 자꾸만 멈추게 했답니다.
지금까지 물오른 단풍이 고스란히 담긴 호암미술관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예술작품을 구경하는 것은 물론, 아름다운 자연경관까지 함께 느껴보는 일거양득의 시간이었죠.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는 올가을의 끝자락을 붙잡고 싶다면, 호암미술관에 다녀오시는 것은 어떠실까요? 붉게 타오르는 단풍을 보며 행복한 가을 감성에 젖어보시기 바랍니다!
[호암미술관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