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이런 아픈 역사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 위안부로 피해를 입은 故유희남 할머니가 생전에 남긴 말씀입니다. 전쟁이 개인에게 행한 잔인한 상처를 느낄 수 있어 마음이 아려오는 대목인데요.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를 더 가까이서 느끼며, 마음에 새길 수 있는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에 있는 <나눔의 집>입니다. 폭염이 계속되던 지난 주말, 광복절이 가까워진 만큼 용기를 내어 나눔의 집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 아픈 역사가 고스란히 깃들어 있는 <나눔의 집>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란 일본의 침략전쟁에 일본군 위안소로 끌려가 강제로 성적 희생을 당한 여성들을 일컫습니다. 나눔의 집은 생존 위안부 할머니들이 함께 모여 살고 있는 곳인데요. 현재 생존해 계신 위안부 할머니들은 총 스물여덟 분이며, 그중 8분이 이곳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1995년에 지금의 모습을 갖춘 나눔의 집은 1992년 나눔의 집 건립추진위원회에서 시작한 모금운동을 통해 건립됐습니다.
※관련 링크: 나눔의 집 홈페이지
■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나눔의 집 역사관 탐방
나눔의 집에서는 아픈 역사를 보존한 역사관을 운영 중입니다. 세계 최초로 세워진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으로, 세계 제2차대전이 끝날 때까지 일본에 의해 자행된 역사를 기록할 목적으로 1998년 8월에 문을 열었습니다. 역사관에서는 관련 자료의 전시 및 교육을 진행하며, 한편에 마련된 추모공원에는 추모비가 조성되어 돌아가신 피해 할머니들의 넋을 기리고 있습니다.
나눔의 집 역사관에는 총 2개의 역사관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요. 먼저 발걸음을 옮긴 제1역사관은 5개의 전시관으로 구성돼있습니다. 역사, 증언, 체험, 기록, 고발의 장으로 꾸며진 역사관 내부에는 한국을 비롯한 해외 각국 피해 여성들의 증언과, 이를 뒷받침하는 많은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었는데요. 또한 위안소 운영 당시의 공간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어 피해자들의 고통을 생생히 그려보게 합니다. 야외 전시장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흉상과 소녀상이 세워져 있으며, 중앙의 공연장은 다양한 행사의 개최 장소로 사용됩니다.
<나눔의 집 제2역사관 모습>
제1역사관 옆의 제2역사관은 2017년 11월에 개관했습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해 이야기와 더불어 올바른 인권과 역사의 소중함을 알리고자 만들어진 공간입니다. 이곳에서는 자원봉사자·후원 회원 등이 기증한 그림으로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된 기획 전시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일본 위안부의 진상을 그림을 통해 세상에 알린 할머니들의 작품도 약 20여 점 정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던 할머니들의 마음을 그림으로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 나눔의 집에서 만난 사람들
기회가 닿아 나눔의 집 소장님을 만나 뵐 수 있었습니다. 나눔의 집 안산권 소장은 생존해 계신 스물여덟 분들 대부분이 90세를 넘기신 고령이라 위안부 피해 증언이 어려워질까 걱정이라며, 할머니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위안부 피해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는 소회를 밝혔습니다. 또 우연히 한국인, 일본인 학생들을 만나 대화를 나눠봤는데요. 일본 대학원에서 조선 근·현대사를 전공한다는 두 사람은 방학을 맞아 나눔의 집을 방문했다고 합니다. 일본인 대학원생 후나바시 미키씨는 위안부에 대해 배운 후 더 관심을 가지고 싶었는데, 이번 방문을 통해 문제의 실상을 더욱 잘 알 수 있었다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하죠. 다가오는 8월 14일은 위안부 피해자인 故김학순 할머니가 1991년에 최초로 피해 사실을 증언한 날입니다. 올해부터 8월 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로써, 공식적인 국가 기념일로 제정되었습니다.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마음에 단단히 새기는 것이, 앞으로 올바른 역사를 만들어 갈 우리들의 책임일 것입니다. 다가올 기림의 날을 나눔의 집에서 느껴보는 것은 어떠신가요?
[나눔의 집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