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행궁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행궁이란 임금이 서울의 궁궐을 떠나 도성 밖으로 행차할 때 임시로 거처하는 곳을 말합니다. 능행길에 머물기도 하고, 전쟁이나 내란 때 피난처로 사용되었죠. 오늘 소개해드릴 남한산성 행궁은 조선의16대 왕 인조 때 완공되어 여러 왕이 머무른 공간입니다. 가을 하늘이 너무도 맑고 투명한 주말,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남한산성 행궁에 다녀왔는데요. 역사 공부뿐 아니라 다양한 행사까지 체험해볼 수 있어 주말에 가족끼리 가볼 만한 곳으로 제격이었습니다. 함께 살펴보실까요?
■ 조선 시대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남한산성 행궁> 나들이
남한산성은 험준한 자연지형을 따라 성벽을 구축해 적군에게 쉽게 함락되지 않는 지리적 여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성곽 전체가 약 12.4km에 달하는 남한산성 행궁은 유사시 적의 침입에 대비해 지어졌습니다. 병자호란 당시 인조가 피난하여 47일간 항전한 것으로 유명한 이곳은 성곽 전체가 사적 제57호로 지정되어있고, 201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남한산성 행궁은 완공 당시 총 227칸의 대규모 행궁이었으나, 전쟁을 겪으며 모두 불타 없어지고 터만 남았습니다. 2011년에 그 일부를 복원하여 2012년부터 현재의 모습으로 일반인들에게 공개되고 있습니다.
행궁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우리를 맞아주는 것은 정문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한남루(漢南褸)입니다. 한남루에서는 남한산성 행궁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남한산성 행궁이 모두 불타 없어지기 전에 찍었던 진귀한 사진 등을 전시하고 있어 과거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전 옆에는 남한산성 전시실이 마련돼있는데, 세계문화유산인 남한산성과 행궁의 역사를 자세히 안내하고 있습니다.
한남루를 지나 외삼문과 외행전을 지나면 내행전이 나옵니다. 내행전은 왕이 거처하던 곳으로 정면 7칸, 측면 4칸으로 이뤄진 건물입니다. 병자호란 때 청나라 대군을 피한 임시처소라 그런지 생각보다 소박해 보이는 느낌이었습니다. 내행전을 지나 후원 쪽으로 나가니 녹음과 잘 어우러진 멋진 정자 이위정(以威亭)이 나옵니다. 이 외에도 행궁 안에는 재덕당, 좌승당, 일장각, 좌전 등 하나하나마다 역사를 품고 있는 건물들이 많아 살아있는 공부가 가능했습니다.
■ 다채로운 체험 행사가 가득! <남한산성 행궁>에서 느끼는 17세기의 조선
남한산성 행궁에는 다채로운 체험행사도 준비돼 있습니다.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왕실 복식 체험으로, 조선시대 왕과 왕비의 옷을 직접 입어볼 수 있답니다. 매주 주말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2,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체험할 수 있죠. 왕실 옷을 입고 평생 기억에 남을 멋진 사진을 남겨보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과거로 여행을 온 듯한 느낌을 주는 가상현실 VR체험도 무료로 즐기실 수 있습니다. VR안경을 쓰고 조선 시대의 남한산성과 행궁을 직접 거닐어 보는 것은 어떠신가요?
제가 남한산성 행궁에 방문했던 지난 토요일에는 조금 특별한 행사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외행전에서 열린 ‘2018 남한산성 문무과 별시’라는 이벤트였는데요. 우리나라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곳에서 외국인들이 과거시험을 보고 활쏘기도 하는 모습이 무척 생경하면서도 인상 깊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행사참여자 노라와 잠깐 대화를 나눠볼 수 있었는데요. 한국의 전통 복장을 하고 문화를 체험하니 한국을 더 가깝고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자주 찾아보기 힘든 특별 행사도 놓치면 참 아쉬운데요. 9월 2일부터 10월 28일까지 조선 시대 남한산성을 지켰던 수어청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전통무예 사극인 ‘남한시재’가 펼쳐집니다. 일요일 오후 1시와 3시 두 차례에 걸쳐서 관객에게 선보이는 이 공연에서는 창과 칼 등으로 이뤄진 조선 무예 18기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관람료는 무료로, 가족들과 일요일에 놀러와 관람하기 제격인 공연인 듯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역사를 담고 있는 남한산성 행궁의 모습을 보여드렸습니다. 조선 시대 역사의 한 편을 간직하고 있는 이곳은 소박한 듯하면서도 본인만의 특색을 내뿜고 있었는데요. 행정구역상 경기도 광주시에 있지만 하남시, 성남시는 물론 서울과도 가까워 주말이면 행락객들과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는 요즘, 주말에 가족들과 남한산성 행궁에 오셔서 역사 공부도 하고 다채로운 체험까지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남한산성 행궁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