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이 시작된 지 한참 됐죠? 요즘 아이들과 어디를 갈 지 고민인 부모님들이 많을 텐데요. 오늘은 그 모든 고민을 한방에 해결해줄 수 있는 곳, 용인 <한국등잔박물관>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한국등잔박물관에는 우리 선조들이 어둠을 밝혔던 여러 가지 등잔과 촛대가 즐비합니다. 전기가 없었던 옛날에 사람들이 어떻게 지냈을지 궁금해하는 아이들에게 안성맞춤인 공간이죠. 세계에서 유일하게 등잔을 전시한 박물관인 만큼,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했는데요. 지금부터 한국등잔박물관의 이모저모를 생생하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세계 유일의 등기구 박물관 <한국등잔박물관>
겨울 바람이 좀 쌀쌀했지만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있는 한국등잔박물관으로 향했습니다. 차를 타고 가다 보니 박물관으로 향하는 도로 우측에 커다란 등잔 모형이 있었습니다. 등잔박물관으로 가는 길목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이정표입니다. 이 근처에는 정몽주 선생의 묘소도 자리하고 있는데요. 1분 거리에 불과해 박물관을 관람하신 다음에 이동하셔도 좋은, 1석2조의 여행지랍니다.
한국등잔미술관은 1969년도에 설립돼 올해로 벌써 30년이 됐습니다. 경기도 테마박물관(문화체육관광부 등록 1종 전문박물관)으로 지정될 만큼 지역주민들에게 인기가 많은데요. 용인시에서도 지역 학습 커뮤니티인 ‘우리동네 학습공간’으로 선정했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방학이라 학생들이 보이지 않았지만, 학기 중에는 유치원, 초등학생들이 견학을 많이 오는 곳이라고 합니다.
■ 한국등잔박물관 야외 전시장의 색다른 볼거리, ‘농기구 특별전’
한국등잔박물관은 야외 전시장과 내부 전시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내부 전시장은 1층, 2층으로 나뉘어 있는데요. 먼저 야외 전시장부터 들렀습니다. 전시장 초입으로 들어서면 수원화성 성곽 이미지를 본뜬 박물관 외관이 등장하는데요. 제가 보기엔 등잔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건물이었습니다.
야외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등잔 모형의 조각이었습니다. 등잔을 모티브로 한 박물관이라 그런지 유독 많이 보였는데요. 이외에도 문인석과 무인석, 석탑이 있고 익살스러운 솟대와 장승도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연못 앞에는 아담한 정자도 자리하고 있죠.
연못 우측으로 ‘농기구 특별전’ 전시관이 보였습니다. 2016년부터 시작된 농기구 특별전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상설 전시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옛날 조상들이 쓰던 각종 농기구들이 아담한 공간을 가득 채웠는데요. 지게, 달구지, 맷방석, 구유, 용두레, 저울, 짚신 등 TV나 영화를 볼 때 사극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 전시돼 있었습니다.
지금은 논이나 밭을 갈 때 현대화된 기계로 하지만, 옛날에는 소가 쟁기를 끌고 사람과 함께 일했죠. 그럴 때 사용된 농기구는 물론, 믹서기 대신 콩을 갈아줬던 맷돌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을 찾은 아이들이 우리나라의 전통농업과 조상들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습니다.
■ 조상들의 눈이 돼주었던 생활 속 등잔들
야외 전시장을 다 둘러봤으니, 이제 안으로 들어가볼까요? 한국등잔박물관 내부는 우리의 ‘불그릇’인 등잔이 본격적으로 전시돼 있습니다. 1층에선 조선시대에 많이 사용하던 등잔과 촛대를, 2층에선 삼국시대부터 이어지는 시대별 등잔을 살펴볼 수 있죠.
1층 공간은 조선시대 한옥의 공간이 재현돼 있습니다. 부엌, 찬방, 사랑방, 안방 등의 공간에 등잔과 촛대가 실제로 어떻게 사용됐는지 볼 수 있는데요. 제겐 우리 할머니, 어머니들이 생활하던 부엌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 벽이나 부뚜막 위에 있는 등잔에 불을 밝힌 후, 정화수를 떠서 상에 놓고 가족의 안녕을 비는 모습이 연상됐죠. 그럴 때 켜던 등잔이 부엌에 전시돼 있어 더욱 생생했습니다.
[조선시대 안방을 수놓은 화려한 등잔]
안방을 둘러보니 화려한 자개농이 눈에 띄었습니다. 오색의 화려한 모란꽃과 암수 새가 그려진 병풍도 있어 부엌에 비해 등잔, 촛대 역시 화려합니다. 상상해보건대, 우리 어머니들이 등불을 밝힌 안방에서 바느질을 하거나 인두로 옷가지를 정성껏 다리셨을 겁니다. 이때 밝혔을 등불을 자세히 보니 놋쇠 재료로 된 화려한 나비 문양이었는데요. 확실히 부엌이나 찬방, 사랑방 등잔과는 달랐습니다.
■ 특별한 날에만 밝히던 등잔의 역사를 찾아서
1층을 관람한 후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이곳에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사용했던 토기 등잔부터 특별한 날에만 쓰던 진귀한 등잔이 전시돼 있었습니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조족등(照足燈)이었는데요. 요즘 말로 하면 조족등은 휴대용 랜턴과 같습니다. 조선시대 순경들이 야간 순찰을 돌 때 사용하던 등입니다.
조선시대 후기 전까지 촛대는 주로 왕실이나 상류계층에서만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초의 원료가 귀하고 만드는 방법도 까다로워 대량 생산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촛대는 제례와 혼례 등 특별한 날에만 밝혔다고 합니다.
그럼 여기서 잠깐 퀴즈! 우리나라에 전기가 언제 들어왔을까요? 1887년, 경복궁 건천궁에서 최초로 백열등을 점등하였다고 합니다. 이 때 설치된 중기 발전기는 16촉광 백열등 750개를 켤 수 있는 규모로 당시 동양에서 가장 뛰어난 발전 설비였다고 합니다.
그 후 전기가 대중화되며 편의를 누리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불과 50여 년 전인 1970년대만 해도 등잔 혹은 호롱불을 켜고 사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이제는 등잔문화가 사라져 TV나 영화에서 사극을 볼 때나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참 신기하죠.
요즘 겨울방학이라 아이들을 데리고 박물관에 많이 가시죠? 한국등잔박물관은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가기 참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어둠을 밝히던 지혜가 집약된 곳, 한국등잔박물관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등잔의 역사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관련 링크: 한국등잔박물관 홈페이지
[한국등잔박물관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