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명인들의 이름을 딴 거리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이들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서인데요. 수원에 나혜석 거리, 대구에 김광석 거리가 있다면, 성남에는 <신해철 거리>가 있습니다. ‘마왕’ 신해철이 생전에 음악을 만들었던 작업실이나 독서에 열중했던 서재 등을 둘러볼 수 있는 곳이죠. 그럼, 함께 가보실까요?
■ 기억의 공간, <신해철 거리>에서 그의 뜨거웠던 삶을 엿보다
신해철 거리는 성남시 분당구 수내 3동에 위치해 있습니다. 성남시가 2014년 갑작스럽게 하늘로 떠난 신해철의 발자취를 남기기 위해, 생전 그의 작업실이 있었던 곳에 거리를 조성한 것인데요. 거리의 입구에는 그가 이끌었던 록밴드 넥스트의 N자를 형상화한 상징 게이트가 있습니다. 외관에 노래 제목이 적혀있는 이 조형물은 신해철의 예명이었던 ‘Crom’을 따라 크롬 게이트라는 이름이 붙여졌죠.
약 160m의 신해철 거리에는 다양한 조형물들이 설치됐습니다. 마왕과의 추억을 기리는 유명인들의 추모글 등이 눈에 띄었습니다. 특히 저는 신해철의 히트곡 가사가 적힌 안내판이 인상깊었는데요.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노래가 많아 마왕을 다시 한번 추억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거리 중심에는 신해철 거리를 상징하는 동상과 가벽이 설치됐습니다. 마왕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었죠. 마치 신해철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 음악 작업실, 서재, 전시관…. 신해철의 흔적이 고스란히 보존된 신해철 스튜디오
거리를 구경하다 보니 왼편에 신해철 스튜디오라는 검은 간판이 보였습니다. 그가 생전에 음악 작업을 했던 곳입니다. 영문 필기체로 쓰인 신해철 스튜디오라는 글씨는 신해철의 프로필 사진을 촬영했던 강영호 사진작가의 친필 캘리그래피입니다. 잠시 글씨를 감상한 뒤, 작업실로 입장했습니다.
마왕 신해철의 작업실은 크게 서재, 전시실, 복도, 제작실로 구성돼 있습니다. 먼저 서재로 들어갔습니다. 평소 신해철이 읽었던 책들이 책장에 빼곡히 넣어져 있었습니다. 책장 위에는 그가 가수로 활동하면서 받았던 상패와 트로피들이 놓였죠. 또한 소파, 테이블, 카펫까지 평소 그가 사용했던 물품들이 옛 모습 그대로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전시실은 그의 생전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공간입니다. 당시 그의 활동 모습, 공연 의상, 앨범 표지 등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또한 LP판 버전의 신해철 음악을 헤드폰으로 듣고, 우리의 ‘마왕’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포스트잇으로 적을 수 있는데요. 수많은 팬들의 그리움이 담긴 말들을 신해철이 볼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저도 한 마디를 남겼습니다. “My Hero, Crom, We will miss you!(당신을 영원히 그리워할 것입니다, 그립고 또 그립습니다!)”라고요.
■ 7080세대의 영원한 아이돌, 마왕 신해철을 기억하며
7080세대에게 신해철은 아이돌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지금도 많은 팬들이 그의 음악을 그리워하고 있죠. 무한궤도, 넥스트 시절의 히트곡인 그대에게,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인형의 기사, 나에게 쓰는 편지까지…. 그래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는 신해철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노래가 등장해 팬들의 가슴을 또 한 번 적시기도 했습니다.
작업실에는 그가 사용했던 컴퓨터, 녹음 장비, 스케줄표 등이 여전히 남겨져 있습니다. 누군가가 피아노 건반 위에 올려놓은 꽃도 보였는데요. 이 꽃을 받아야 할 주인공이 없다는 사실이 슬프게 느껴졌습니다. 스케줄표에 적힌 아버지 팔순 계획을 보자 더욱 가슴이 먹먹해졌죠. 우리에게 많은 감동과 추억을 선사한 신해철이 다시금 그리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신해철 거리를 소개해드렸습니다. 비록 마왕은 떠났지만 그의 생전 흔적들은 신해철거리에 고스란히 보존돼 있었는데요. 그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싶으신 팬들, 혹은 록밴드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계신 7080세대 분들은 이번 주말 방문해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신해철 거리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