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입니다! 문화가 있는 날이란 국민들에게 다양한 문화혜택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2014년 1월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날에는 영화관을 비롯한 공연장, 박물관, 미술관, 고궁 등 전국의 주요 문화시설을 할인 또는 무료로 즐길 수 있죠. 저도 문화가 있는 날을 맞이하여 수원 광교박물관에 방문해 보았는데요. 이날 수원 광교박물관에서는 물체놀이극 '평강공주와 온달바보'을 이야기꾼의 재미난 입담으로 전하는 공연이 있었습니다.
유치원에서 견학 온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평강공주와 온달바보' 를 경청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날 공연은 특별한 무대나 특수 제작한 소품을 사용하지 않고 실생활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생활용품들을 적극 활용한 공연으로 진행됐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한 명도 다른 곳을 쳐다보지 않고 모두 집중하며 이야기꾼 선생님의 공연을 듣는 풍경이 인상 깊었습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익살스럽게 설명해주는 이야기꾼 선생님 두 분의 실감나는 연기가 단연 발군이었는데요. 솜 뭉치가 구름이 되고, 딱풀은 꽃나무가 되고, 전기콘센트는 뱀이 되는 등 창의적인 무대연출 덕분에 이야기를 한층 더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박물관이자 떠오르는 복합문화공간, <수원 광교박물관>!
공연이 개최된 수원 광교박물관은 광교신도시 개발지역에서 발굴된 선사시대부터 근현대 시기의 유물을 전시하고 보존하는 박물관입니다. 수원 출신 역사학자 시운 이종학 선생과 수원을 주무대로 활동하신 소강 민관식 선생의 기증유물들도 전시하고 있죠. 이제는 어느덧 다양한 역사와 문화를 살펴 볼 수 있는 수원∙경기 지역의 대표적인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유아들을 위한 '어린이 체험실'까지 운영하여 역사 체험공간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입니다.
수원 광교박물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보이는 광교 역사문화실에는 광교신도시를 조성하면서 출토된 발굴유물들과 도시변천자료가 전시돼 있습니다. 특히 이의동에서 출토된 안동 김씨 복식은 수원지역에서 처음 출토된 것인지라, 이의동에서 500년간 살아온 조선중기 유력 문중의 생활과 문화사를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사료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지금 봐도 조선시대에 제작된 옷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원단의 질과 색감이 세련됐으며, 보존상태 역시 유물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깔끔한 상태로 전시돼 있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소강 민관식실이 따로 마련돼 있습니다. 소강 민관식 선생은 국회의원, 문교부장관, 대한체육회장 등을 역임한 인물로 정치, 사회, 문화, 체육의 다방면에 걸친 각종 자료들을 광교박물관에 기증한 바 있습니다. 쭉 훑어본 느낌은, 한 개인의 생애사를 넘어 한국 현대사를 두루 느낄 수 있는 생생한 사료라서 좋았는데요. 꼭 한 번 방문해보시기 바랍니다.
소강 민관식실 출구와 이어진 통로 끝에는 사운 이종학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사운 이종학 선생은 고향인 수원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품고 수원성의 명칭을 본래 이름인 '화성'으로 바로잡은 인물입니다. 이처럼 우리 역사를 지키기 위한 사료수집과 연구에 평생을 바친 역사학자로, 일생 동안 수집한 조선시대 고서, 고문서, 고지도와 금강산 및 독도 관련 자료, 일제강점기 자료, 수원 관련 자료 등을 광교박물관에 기증했죠. 그 덕에 다양한 전시품을 관람할 수 있어 나라사랑 고취는 물론, 개인적인 역사의식에 대한 반성의 시간을 가져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수원 광교박물관에서는 정시에 맞춰 문화관광해설사의 해설을 들을 수 있습니다. 농학박사 정석훈 해설사님의 말씀에 의하면 박물관 이용 시 가장 좋은 관람태도는 사전에 역사적 사실을 공부한 후에 해설을 듣고 사료와 현품을 관람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 방법이 정보를 가장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다고 하네요.
■ 아이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유물의 가치를 즐겁게 이해해요!
수원 광교박물관 전시실에서 1층으로 이어지는 어린이 체험실은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전시 주제와 관련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죠. 광교 역사문화실과 연계한 <나도 고고학자>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각종 도구로 발굴체험을 할 수 있는데요. 아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직접 흙을 파고 유물을 발굴하는 과정을 거치며 역사가 깃든 유물의 가치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배움은 물론, 즐거운 추억까지 간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죠. 아이들이 고고학자가 된 듯 즐거워하는 모습이 매우 유익해 보였습니다.
어린이 체험실의 또 다른 프로그램 <독도에서 놀자>는 사운 이종학실과 연계해 독도와 독도에 살고 있는 생물 등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독도라는 땅의 의미를 알려주고 독도에 대한 관심과 친근감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블럭놀이, 스토리텔링 등 아이들에게 어렵지 않은 방법으로 소중한 가치들을 알려주며 ‘놀면서 배운다’는 이상적인 교육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수원 광교박물관에는 ‘문화가 있는 날’ 공연이 끝난 후에도 어린 학생들과 아이들의 견학이 이어졌습니다. 이번 취재에 많은 도움을 주셨던 수원 광교박물관 박선영 주무관님에 의하면, 수원 광교박물관의 주 관람객은 초등학교 4학년 이하의 어린이와 유아들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주변에서 교육과 체험의 장소로 광교박물관을 찾고 있는 것인데요. 어린이 체험실 이용정보를 비롯한 더 자세한 사항은 수원 광교박물관 홈페이지(ggmuseum.suwon.go.kr)를 통해서 확인 가능합니다.
수원시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번쯤 수원 광교박물관에 방문하여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관해 학습하는 시간을 갖는 게 어떨까요? 아이들에게 어린 시절부터 박물관에 방문하는 좋은 습관을 길러주고, 즐거운 추억을 남겨주는 것 자체가 교육적으로 뜻 깊은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수원 광교박물관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