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마다 서는 시장이라고 하여 이름 붙여진 오일장. 다들 한번 쯤은 들어보셨을 텐데요. 이런 비상설 장터는 요즘 도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입니다. 하지만 성남시에는 4와 9가 들어가는 날이면 마술처럼 생겨나는 장터가 있습니다. 지하철 8호선 모란역 부근의 <모란시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죠. 모란시장은 모란 오일장, 모란 민속장 등으로 불리며 인근 주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폭염이 가시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이맘때, 모란시장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함께 구경해보실까요?
■ 국내 최대 규모의 민속 오일장, <모란시장>
모란시장은 서민들의 삶과 애환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으로, 옛 전통시장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이곳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모란시장 번영회 전성배 회장에 따르면 성남시가 형성되기 시작한 1962년경 자연스럽게 오일장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약 700여 개의 점포 수를 가진 모란시장은 하루 방문객이 최대 10만 명이나 되는데요. 전국 최대 규모의 오일장으로, 성남뿐 아니라 인근의 수원, 화성, 용인, 서울 등에서도 모란시장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모란시장은 원래 모란역 인근 대원천 위에서 운영을 했는데, 지난 2월 성남동 여수 공공 택지지구 내 부지로 새롭게 이전했습니다. 현재 장이 서고 있는 곳은 이전보다 2배 가까이 커진 2만 3천 제곱미터의 규모인데요. 600여 대의 주차가 가능한 주차장도 만들어져 더욱 쉽게 모란시장에 놀러 오실 수 있습니다. 기존 장터에는 없던 화장실, 휴게공간 등도 마련되어 훨씬 수월한 장보기가 가능합니다.
본격적으로 모란시장 투어에 나서니 그 큰 규모에 한번 놀라고, 다양한 품목들에 두번 놀랐습니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 없는 것 빼고 다 있고, 가격이 대형 마트보다 저렴해 그 인기의 비결을 알 것 같았습니다. 또한, 모란시장에 몰려있는 많은 인파 덕에, 여러 사람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어디 그 뿐일까요. 모란시장에는 푸근한 인심과 정이 넘쳐납니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텃밭에서 직접 가꾼 오이, 토마토, 가지, 호박 등을 판매하고 계셨는데요. 물건을 살 때 빠지지 않고 얹어지는 것이 바로 덤이었습니다. 옛날 시골 장터에서나 볼 수 있었던 따뜻한 인심을 담아 물건을 판매하는 상인들 덕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시장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시장하면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먹거리입니다. 모란시장엔 칼국수, 팥죽, 호떡, 꽈배기 등 그냥 지나치기 힘든 맛있는 먹거리들이 가득했는데요. 저는 그 중 대표격인 칼국수를 먹어봤습니다. 이미 맛집으로 소문이 난 이곳은 5,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칼국수를 선보였습니다. 밀려드는 손님에 연신 칼국수 면을 썰어대면서도 미소 짓던 사장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요. 30년째 모란시장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이곳 여수 칼국수의 맛은 그때 그 시절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 오랜 세월이 깃든 <모란시장>에서 과거로 떠나는 시간여행!
모란시장의 또 다른 매력은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뻥튀기 장수, 각설이 공연 등 향수를 자극하는 옛 장터의 볼거리들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데요. 제가 갔을 때 펼쳐진 각설이 공연은 저도 모르게 푹 빠져들어 관람하느라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또 마침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남미 에콰도르에서 온 팀까지 공연을 펼치고 있었는데요. 다양한 볼거리들을 눈에 가득 담을 수 있어 참 즐거웠습니다.
모란시장을 방문했다면 기름 골목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곳을 지날 때면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진동하는데요. 기름 골목의 가게들은 재료를 볶고 압착해 정성스러운 기름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박물관을 연상케 하는 오래된 골목에서 풍겨져 나오는 고소한 냄새를 맡으며 느끼는 과거의 정취가 참 반가웠죠.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따라 전통시장도 하나둘씩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곳 모란시장만큼은 규모를 키우며 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는데요. 매달 4일, 9일에는 풍부한 먹거리와 볼거리 가득한 모란시장에서 따뜻한 정과 인심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모란시장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