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살갗에 닿는 공기가 완연한 가을을 알려줍니다. 이런 가을 날씨에는 하늘이 유독 높고 푸르러 고즈넉한 풍경과 잘 어우러지는데요. 오늘은 가을의 고즈넉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화성시 안녕동에 위치한 <융건릉>입니다. 융건릉은 정조대왕과 그의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능으로, 지난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왕릉 42기 중 2기인데요. 이곳에는 능을 따라 산책을 하기 좋은 둘레길이 조성돼 많은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화성에서 운치 있는 세계문화유산 탐방을 하고 싶다면, 지금 함께 살펴보실까요?
■ <융건릉>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융건릉 역사문화관
융건릉 입구에는 융건릉의 역사를 한번에 둘러볼 수 있는 역사문화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융건릉 역사문화관은 만 25세부터 64세까지 1,000원의 관람 요금을 받고 있습니다. 화성시민은 50% 할인이 되고,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니 이용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곳에는 융건릉의 조성 과정, 정조 시대의 역사, 조선 왕릉에 대한 설명 등이 전시돼 있으며 동영상으로도 시청할 수 있습니다. 융건릉을 본격적으로 돌아보기 전 역사문화관에서 미리 융건릉에 대해 공부한다면 유익할 것 같았죠.
역사문화관에서는 융건릉의 배경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는데요. 다시 한번 자세히 말씀드리면 융건릉은 조선 후기 성군 중 한 명이었던 정조와 효의황후, 그의 아버지 사도세자와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묻혀있는 곳입니다. 사도세자가 묻힌 융릉, 정조가 묻힌 건릉을 합쳐서 융건릉이라고 칭합니다. 정조는 왕위에 오르자마자 자신의 무덤을 융릉 옆에 마련했는데요. 사도세자의 비극과 그런 아버지를 생각하는 정조의 효심이 담긴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둘레길을 따라 관람하는 세계문화유산 <융건릉>
역사문화관을 지나면 융건릉 둘레길이 시작됩니다. 융건릉 둘레길은 매표소부터 건릉, 갈림길, 융릉까지 약 3.3km의 코스이며, 다 돌아보면 짧게는 50분에서 길게는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됩니다. 초입에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코스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쪽으로 가도 무방합니다. 거대한 규모의 나무에 둘러싸인 길을 걸으니, 마치 조선 시대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었습니다.
두 갈래의 길 중 저는 건릉으로 가는 둘레길에 먼저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이 길은 참나무 숲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었는데요. 들어오자마자 느껴지는 상쾌한 공기에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었습니다. 높고 푸른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어, 도심에선 느끼기 힘든 청명한 바람을 느낄 수 있었죠. 푸른 정취에 취해 걷다 보니, 조선 시대 사람들과 마주치는 엉뚱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했습니다. 시원한 가을날에 여유가 더해지니 하늘은 더욱 높고 푸르렀답니다.
참나무 숲길을 따라서 걸으니 어느새 건릉에 도착했습니다. 건릉은 조선 22대 정조대왕과 효의왕후 김 씨가 함께 묻혀있는 합장릉입니다. 봉분 안에 2개의 실을 갖추고 있으며, 봉분을 에우는 모양새로 12개의 난간석이 설치돼 있습니다. 사진으로는 그 크기가 실감이 나지 않지만, 상당히 거대한 규모에 매우 놀랐답니다. 또한 조선 후기 성군으로 꼽히는 정조의 능이라 하니, 더욱 위엄 있게 느껴졌죠. 건릉 뒤로 보이는 푸른 숲과 하늘도 우리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듯했습니다.
건릉 관람을 마치고 융릉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푸른 하늘 아래의 융릉은 정조의 아버지인 사도세자와 그의 부인 혜경궁 홍씨의 능입니다. 원래 현릉원이라고 불리던 이곳은 사도세자가 고종에 의하여 ‘장조’로 추존된 이후 융릉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능 구조는 건릉과 비슷한데, 뒷부분에는 나지막한 담이 있으며 다양한 석물이 능을 지키고 있답니다. 사진 속 건물은 ‘정자각’으로, 매년 제사 의식이 행해지며 신주를 모시는 장소입니다. 사도세자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알아서인지 융릉에서는 장엄하면서도 슬픈 인상을 받았답니다.
융릉을 지나 둘레길의 끝에 다다르게 되면, ‘곤신지’라는 연못이 나옵니다. 조선 시대의 궁이나 능의 연못은 거의 정방형이나, 곤신지는 보기 드물게 둥근 모양을 띠고 있습니다. 그 특이한 구조는 용의 여의주를 상징합니다. 정조 임금이 아버지인 사도세자를 명당에 모시고 싶어했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아쉽게도 지금은 연꽃이 다 진 상태였는데요. 7~8월에는 아름다운 연꽃이 만개한다고 하니, 여름에 곤신지를 다시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곤신지에서 쭉 걷다 보면 융건릉 둘레길 코스가 끝이 납니다. 전반적으로 길이 평탄하기 때문에 가볍게 산책을 하기 제격이었습니다. 또한 산책을 하다가도 언제든 쉴 수 있도록 곳곳에 벤치가 마련되어 있는데요. 많은 시민들이 가벼운 휴식을 취하며 평화로운 오후를 즐겼습니다. 지금까지 자연과 역사가 함께하는 세계문화유산 융건릉을 보여드렸는데요. 이번 가을에는 한 번쯤 둘레길을 걸으며 고즈넉한 왕릉을 감상해보시는 것은 어떠신가요? 자연 속 여유와 함께, 잠시나마 조선 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나보실 수 있을 거예요.
[융건릉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