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구병은 이름 그대로 손, 발 그리고 입안에 물집이 잡히는 병입니다. 미국에서도 수족구병을 'Hand-foot-and mouth' 병이라고 부르는데요. 이름이 거창해서 그렇지 열나는 감기와 거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다만 입안이 헐어서 먹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이 좀 다를 뿐이고, 심하더라도 의사의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일주일 정도 후 대개 별 문제 없이 좋아지게 됩니다. 아주 드물게 뇌막염이나 심장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지만, 이 부분은 미리 막을 수 없습니다.
■ 수족구병의 원인과 증상
수족구병은 영아와 소아가 잘 걸리는 흔한 질병 중 하나로 여름과 가을철에 흔히 발생합니다. 주로 10세 이하의 어린이에게 나타나지만 어른들도 걸릴 수 있습니다. 열과 함께 입 안의 물집과 궤양, 손과 발의 수포성 발진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입니다. 수족구병은 중간 정도의 전염력이 있고 콧물이나 가래분비물 혹은 감염된 사람의 대변 등이 직접 닿으면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됩니다. 이 병에 걸린 지 처음 1주일 동안은 전염력이 매우 높습니다. 다만, 애완동물이나 다른 동물들에게는 전파되지 않습니다. 주로 콕사키 바이러스 A16에 의해 발생하며 최근에는 엔테로 바이러스 71에 의한 수족구병 집단 발생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콕사키 바이러스 A5, A7, A9에 의해 발병할 수 있습니다.
수족구병은 손이나 발, 입안뿐만 아니라 무릎과 엉덩이에도 물집이 잡히곤 합니다. 미열을 동반하나 열 없이 물집만 잡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구내 궤양으로 인한 통증으로 잘 먹지 못하면 심한 경우 탈수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구내 병소는 4~8mm 정도의 크기이며 손발의 물집은 3~7mm정도 입니다. 간혹 이 물집을 치료하기 위해서 터뜨리고 오는 분도 있는데 이 물집은 건드리지 않고 그냥 두면 저절로 사라지고, 대개 1주일 이내에 액체가 흡수됩니다.
하지만 입안에 물집이 생겼다고 전부 수족구병은 아닙니다. 헤르페스 목구멍병(Herpangina)도 유사한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의사의 진료를 받고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엔테로바이러스 71에 의해 생긴 수족구병은 콕사키 바이러스 A16보다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나며 무균성 뇌막염, 뇌염, 마비성 질환 등의 신경계 질환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 수족구병 진단법과 치료법
환자의 나이, 증세의 형태, 발진 모양이나 목구멍 상태 등으로 수족구병과 다른 원인에 의한 목구멍 통증을 구별해 낼 수 있습니다. 대개 임상 증상을 보고 진단하며 인두 분비물, 대변, 뇌척수액 등에서 원인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습니다.
수족구병은 별다른 치료방법이 없이 자연스레 호전되는 병입니다. 열이나 두통, 입 안 궤양으로 인한 통증을 완화하는 치료는 할 수 있으나, 수족구병에 걸린 환자들은 7~10일이면 자연적으로 회복될 수 있습니다. 혹여 심한 합병증을 동반하는 경우, 그에 따른 치료를 받게 됩니다. 합병증은 흔하지 않으나 엔테로바이러스 71에 의한 수족구병은 발열, 두통, 경부(목) 강직증상 등을 나타내는 무균성 뇌수막염을 일으킬 수 있으며 드물게 뇌간 뇌척수염, 신경인성 폐부종, 폐출혈, 쇼크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수족구병 예방법
수족구병은 예방백신이 없으므로 평소에 올바른 손씻기로 감염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족구병이 돌 때는 아이들이 많은 곳을 피하고, 손발을 자주 씻으며, 세수와 양치질을 열심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어린이집, 같이 단체생활을 하는 곳에서는 천 기저귀보다는 종이 기저귀를 사용하는 것이 수족구병이 퍼지는 것을 막는 데 더 좋을 수 있습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수족구병에 걸린 아이와 같이 있게 되면 손을 잘 씻게 하고 손을 입에 넣지 못하게 하는 것이 좋으며, 아이가 화장실에서 일을 본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게 해야 합니다. 또한 바닥을 자주 닦고 아이의 손이 닿는 탁자와 의자 등도 자주 닦아주고 같이 사용하는 장난감은 물로 헹구어 주어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수족구병에 걸린 아이가 입으로 물었거나 침을 묻힌 장난감을 다른 아이가 가지고 놀지 않게 주의하고, 수족구병에 걸린 아이를 만진 어른이나 선생님은 다른 아이를 만질 때 손을 씻어야 전염을 줄일 수 있습니다.
간혹 수족구병에 걸린 아이를 유치원에 오지 못하게 했는데도 왜 수족구병이 계속 도느냐는 문의를 받습니다. 애석하게도 수족구병은 물집이 잡히기 이틀 전부터 즉, 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 수도 없는 시점에 이미 다른 아이들에게 수족구병을 퍼뜨리기 때문에 쉽게 전염을 막을 수 없습니다. 또한 주로 물집이 잡힌 후 1주일간 잘 옮기지만 그 이후에도 수주일간은 전염이 될 수 있습니다.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건강의학본부 김종관 교수
※기사 출처: 강북삼성병원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