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풍요의 계절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지면으로 낙하하는 나뭇잎들을 보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헛헛해지는데요. 새로운 마음의 양식을 찾아, 가까운 <성남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를 방문했습니다. 매년 다채로운 전시회로 성남 시민들에게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선사하는 곳이죠. 저는 그중에서도 청년작가들의 예술적 고뇌를 느낄 수 있는 ‘성남 청년작가전3 – 이현배, Painted Black’ 전시회를 관람했는데요. 그 특별했던 순간으로 함께 가보실까요?
■ 독창적인 추상 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이현배 – Painted Black’ 전시회
오페라, 연극 등 각종 공연으로 유명한 성남아트센터 우측에는 성남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가 있습니다. 매년 색다른 전시회로 많은 이들에게 기분 좋은 예술적 체험을 제공하는 곳인데요. 현재는 성남문화재단이 성남 지역 청년작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성남청년작가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그중 이현배 작가의 전시회는 올해 세 번째 시리즈입니다.
성남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 안으로 들어가니 깔끔한 미관의 내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길쭉한 흰색의 벽에 화려하면서도 맑은 색감을 자랑하는 작품들이 걸려 있었는데요. 자세히 들여다보자 젊은 작가들의 창작의 고통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 안내 데스크에 계셨던 도슨트분의 설명을 들으며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죠.
이현배 작가는 캔버스에 물감을 뿌리거나 흘려보내며 불규칙 패턴을 완성합니다. 지난 몇 년간 동일한 작업을 반복하면서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왔죠. 도슨트분의 설명에 따르면 이러한 창작의 고뇌는 비일상, 파괴, 모호함과 연결되는 초현실적 세계에 대한 표현으로 이어졌다고 하는데요. 이번 전시회 제목인 ‘’Painted Black’에서의 블랙도 암흑, 즉 그의 고통을 뜻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현배 작가의 작품이 추상화에 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언뜻 보기에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 수 없고, 색다르면서도 기이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인데요. 한편으로는 염색한 머리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듯했습니다. 다른 관람객분께서는 중국 음식의 면발이 떠올랐다고 말씀하셨죠. 도슨트분의 설명과 또 다른 관점에서 모두가 자유롭게 감상을 표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그의 ‘Forest’ 작품을 감상했습니다. 숲은 고요하고 적막한 곳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많은 자연의 활동들이 일어나는 생명의 근원인데요. 이현배 작가는 이를 정열적인 붉은색으로 표현했습니다. 그의 상상력과 독창성이 빛나는 작품이었죠. 오른쪽의 ‘Cloud’ 작품은 구름이 표현된 회화인데요. 비행기를 타고 가다 마주치기도 하는 구름이 어떤 내부 구조를 가졌는지 의문을 가지고 그렸다고 합니다. 굉장히 역동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이번 작품전은 이현배 작가의 첫 개인전입니다. 그는 오래전 스승에게 ‘모든 작품이 타인의 작품 같다’라는 날카로운 충고를 들은 이후,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고심했다고 하는데요. 우연히 구름과 하늘, 바다에서 영감을 얻은 회화를 그리면서 새로운 영감과 자유로움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작품에서 독특한 예술적 분위기가 엿보였죠.
잠시 이현배 작가께서 직접 자신의 작품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는 오래 전부터 구름, 파도, 숲처럼 일상 속에 존재하는 추상적인 이미지들을 좋아했다고 하는데요. 이번 특별전에 전시된 그림들도 형체에는 입체감을 줬지만, 작업 자체는 추상성을 지향했다고 합니다. 정교한 계산에 입각한 밑그림 없이 마구 색을 칠했기 때문이죠. 이러한 구상과 추상의 오묘한 공존에서 자신은 색다른 여운을 느꼈다고 이현배 작가는 말했습니다.
■ 청년 예술, 꽃피다…. 창작의 고뇌를 통해 완성한 초현실주의 회화
전시관을 둘러보던 중 작가 노트에서 이런 글귀를 발견했습니다. “나는 외부적인 것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다. 나는 내 안에서 모든 답을 찾고자 한다. 쌓인 물감 덩어리는 산이나 계곡처럼 풍경화가 되기도 한다.” 이는 바깥의 사물보다는 자신의 내면세계를 깊이 탐구하고, 그곳에서 발견한 생각을 고유한 필체와 색채로 표현하겠다는 의지로 여겨졌습니다.
성남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 2층 전시장으로 올라가면 스스로의 예술적 철학을 오롯이 표현하려는 작가의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물감이 켜켜이 쌓인 그림 도구와 온통 블랙으로 칠해진 종이들을 통해서죠. 수많은 드로잉 기법이 실험됐음을 알 수 있는 이러한 광경은 청년 작가, 나아가 모든 예술가들의 창작과 고뇌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언뜻 보면 요괴의 형체나 용암이 분출하는 장면으로 보이는 이 그림은 ‘Paintorama’라는 작품입니다. 사실 이 작품은 작가가 어떤 의도로 그렸는지 잘 알 수 없었는데요. 자세히 들여다보자 왠지 모를 기이함과 역동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작품의 본래 뜻과는 관계없이 나만의 감상을 떠올릴 수 있는 점이 현대미술의 재미가 아닐까 합니다.
군인들이 보호색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있는 이 그림은 ‘Camouflage’라는 작품입니다. 마치 관람객들이 숨은그림찾기를 하도록 유도하는 듯했는데요. 미술관의 작품을 감상한다는 것 역시 많은 생각을 거쳐 작가의 의도를 찾아내는 퀴즈 맞히기에 가깝지 않을까 했습니다.
지금까지 성남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의 성남청년작가전3 – 이현배, Painted Black 전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가을을 맞이해 성남을 비롯한 경기도 지역에서 각종 미술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데요. 날씨가 선선할 때, 온 가족이 함께 갤러리에 찾아가 색다른 예술의 세계를 감상해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성남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