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아티스트 백남준은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파격적인 예술 세계관으로 매우 유명한데요. 그의 작품 역시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오늘은 백남준 아트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시간을 소장하는 일에 대하여> 무료 전시회에 방문해 보았는데요. 특히 이번 전시회는 사상 초유 미술관 휴관의 시대를 보낸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수집했던 미디어 아트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라고 합니다. 그럼 바로 함께 가볼까요?
■ 9명 작가의 작품 11점으로 구성된 신소장품전, <시간을 소장하는 일에 대하여>
<시간을 소장하는 일에 대하여>를 전시 중인 백남준 아트센터는 백남준 작가의 업적을 기리고 현대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하기 위해 개관된 문화 예술기관으로 백남준 작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작품들을 수집•연구하고 있는데요. 무료 전시회로 추천하는 <시간을 소장하는 일에 대하여>는 백남준 아트센터 2층에서 시작됩니다. 전시회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강렬한 피아노 선율이 울려 퍼지고 있었는데요. 울려 퍼지는 쇼팽의 ‘야상곡 20번’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2시와 4시에만 연주된다고 합니다. 참고로 연주가 없는 시간에는 관람객도 자유롭게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연주를 하지 않고 피아노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전시 작품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입구의 피아노를 지나 저 멀리 매달려 있는 사람의 얼굴과 쭉 뻗은 다리가 제 눈길을 사로잡았는데요. 가까이 가보니 고개를 흔드는 사람과 거친 숨소리까지 더해져 작품의 생동감이 느껴졌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하루’라는 이 작품은 다리를 깨우기 위해 머리를 마구 움직인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요. 이번 전시회 작품은 비교적 명확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안내 책자를 참고하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무료 전시회로 추천하는 <시간을 소장하는 일에 대하여>는 모니터를 활용한 영상 작품이 많아서 전반적으로 어두운 편인데요. 특히 ‘진화하는 신, 가이아’라는 작품은 오로지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는 암실 속에 전시돼 있습니다. 작품 속 가이아의 귀에 ‘안녕?’이라고 인사를 하면 감겨있던 눈과 입을 번쩍 뜨며 ‘안녕, 나도 인간이 되고 싶어’라고 대답해 주는데요. 작품에 설치된 센서를 활용하여 작품의 호기심을 사로잡았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시간을 소장하는 일에 대하여> 무료 전시회에서 만난 다음 작품은 ‘스타카토 블랙’입니다. 그저 한 남자가 흑백 화면 속에서 눈을 깜빡이기만 하는데요. 눈을 깜빡일 때 생기는 검은색에 집중했다고 합니다. 작품 설명을 보고 난 후 다시 관람하니 눈을 감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게 되면서 저도 모르게 눈을 자주 깜빡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음으로 한 편의 버섯 다큐멘터리 같았던 ‘버섯의 건축’은 1년 동안 제주 숲속 버섯을 관찰한 시선을 담아낸 작품입니다. 버섯이 자라나고 사라지는 장면을 건축가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다양한 색감과 모양의 버섯들이 자라고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사전 신청을 통해 전시회 연계 프로그램인 ‘비미래를 위한 생태학’에서 언메이크랩 팀의 영상과 함께 작품에 대해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언메이크랩 팀은 수집한 이미지를 인공지능 학습의 데이터로 활용하여 새로운 이미지 심상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돌 이미지를 통해 새로운 돌멩이의 모습을 살펴보기도 하고 동물들의 이미지로 새로운 동물을 만들기도 하는 것이죠. 저는 작가님과 소통하는 시간을 통해 우리가 보는 세계 이외에도 인공지능이 보는 기계 생태계의 존재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생태계에 관심이 많은 백남준 아트센터 작가님들은 산불로 불타버린 산에서 새롭게 자라나는 생태계와 산속에서 뛰어다니는 동물들 그리고 그 속에서 길을 만드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고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작품의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요. 작품에 대한 작가님들의 생각과 의도를 듣고 나니 그냥 지나쳤던 작품들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오늘은 넓은 시간 스펙트럼 안에 자리한 작가들의 신소장품전 <시간을 소장하는 일에 대하여>무료 전시회를 소개해 드렸는데요. 백남준 아트센터에서는 주기적으로 전시와 관련된 연계 프로그램을 사전 예약을 통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전 예약 및 연계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는 홈페이지(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요. <시간을 소장하는 일에 대하여> 무료 전시회는 2023년 3월 9일부터 2023년 6월 25일까지 진행하며 백남준 아트센터의 매주 정기휴무일인 월요일을 제외한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전시 입장은 오후 5시에 마감되니 방문할 때 참고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이번 주말에는 백남준 아트센터의 흥미로운 시간 속으로 빠져보는 건 어떨까요?
[<시간을 소장하는 일에 대하여> 관람하러 가는 길]
경기 용인시 기흥구 백남준로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