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늘 사용하는 한글에는 다양한 의미가 숨겨져 있습니다. 먼저, 한글은 조선의 4대 임금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을 상징합니다. 훈민정음 서문을 보면 백성들이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펼치도록 스물여덟 글자를 만든다는 기록이 있죠. 게다가 사람의 발음 기관을 모사한 독창적인 창제 원리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과학적 우수성까지 인정받고 있는데요. 소설 ‘대지’를 쓴 미국 작가 펄 벅이 “한글은 가장 훌륭한 글자”라고 극찬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오늘은 제573돌 한글날을 맞아 이러한 한글의 정신을 되새기고자 의왕 <갈미한글공원>에 다녀왔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푸른 숲을 거닐며 아름다운 한글 자모 조형물들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인데요. 나아가 인근 갈미문화공원의 경치까지 만끽할 수 있는 이곳으로 함께 가보실까요?
■ 의왕<갈미한글공원>의 경치를 감상하며 가을 정취를 만끽해보세요!
아침 일찍 채비를 꾸리고 의왕 갈미한글공원으로 출발했습니다. 가는 길에도 푸르른 수목과 노랗게 익은 열매를 볼 수 있었습니다. 모락산 터널에는 방문객들을 반기는 듯한 독특한 한글 자모 조형물이 설치돼 있었죠.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의왕 갈미한글공원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의왕시에서 태어난 한글학자 이희승 박사가 한글사랑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만든 장소입니다. 2009년 내손동 문화예술길의 경관 광장 및 조각공원에 대한 통합 명칭이 지금의 ‘갈미한글공원’으로 바뀌면서 전국 유일의 한글공원으로 거듭났죠. ‘갈미’가 내손동의 옛 지명을 뜻한다는 것 또한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의왕 갈미한글공원 안으로 들어가자 야트막한 계단이 나왔습니다. 곳곳에 독특한 조형물들이 설치돼 있었는데요. 멀리서 보자 ‘ㅈ’, ‘ㅎ,’ ‘ㅊ’, 등의 한글 자모를 투명한 아크릴판으로 형상화한 작품이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처음 한글을 배웠던 옛 시절이 떠올랐죠. 그때는 어렵게만 느껴졌던 말이 지금은 가장 편한 모국어가 됐습니다.
푸르른 공원에서는 의왕 시민들이 휴일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가족 단위로 찾은 분들도 많았는데요. 종종 한글 자음으로 만든 조형물 앞에서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며 행복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그 단란한 모습에 저까지 마음이 훈훈해졌죠.
■ 독특한 조형미를 담은 한글 조각상을 감상하며 한글사랑 정신을 되새겨요
또다시 발걸음을 옮기니 이번에는 곽태일 작가의 2009년 작품인 ‘어울림’을 만났습니다. 단단한 돌로 ‘ㅅ’,’ㅇ’,’ㄱ’가 형상화된 모양새였습니다. 자음만 있고 모음은 없는 형태를 보며 서로가 반드시 어울려야 한글이 완성된다는 뜻으로 해석했습니다. 무언가 숨겨진 의미가 있을 듯했죠. 또한 누구나 앉아서 편하게 쉴 수 있는 공원 벤치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2009년 제작된 ‘한글의 조형미’라는 작품을 만났습니다. 한글이 축구공, 혹은 지구처럼 둥그런 모양으로 만들어진 게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새삼 우리의 글자가 빼어난 조형미를 가졌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는데요. 이제 막 한글을 배우는 아이들도 이처럼 아름다운 조형물들을 보며 눈을 빛낼 것 같았습니다.
의왕 갈미한글공원은 자연의 멋을 드러내는 나무들이 우거져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입니다. 제가 방문했을 시기에는 모두 조금씩 갈색으로 변하고 있었죠. 10월 말에는 단풍 나들이 코스로 인기가 많습니다. 또한 근처에 백운호수, 임영군 대사당, 계원예대까지 있으니 함께 둘러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 의왕 시민들의 필수 방문 코스! 수많은 한글 작품이 숨겨진 의왕 갈미문화공원도 놓치지 마세요
이번에는 의왕 갈미한글공원에서 계원예대 맞은편으로 향했습니다. 그러자 자연 속에 숨겨진 갈미문화공원이 나왔는데요. 공원 자체가 크지 않아 놓치기 쉽지만, 이곳에도 독특한 한글 조형물들이 많아 꼭 방문하셔야 합니다. 게다가 가족 단위로 나들이를 떠나기에도 제격이죠.
갈미문화공원의 수많은 한글 조형물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나랏말씀’이라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한글 자음 14자로 모음의 기본인 ·(하늘),ㅡ(땅),ㅣ(사람)을 형상화했습니다. 가운데의 둥그런 공이 하늘, 좌측의 세로 구조물이 사람, 지면에 평평하게 누운 구조물은 땅을 뜻하는데요. 왠지 모르게 오묘하면서도 독특한 느낌을 주는 형태였습니다.
이번에는 ‘조화의 원리’라는 작품을 만났습니다. 이 작품은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이 한글을 창제한 원리를 현대적 이미지와 시각적 조형 언어로 상징화했는데요. 자세히 들여다보니 자음과 모음이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조화의 미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또한, 밑에 해석이 상세하게 적혀져 있어 작품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의왕 갈미문화공원에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조형물도 많습니다. 별, 사람, 해가 아기자기하게 어우러진 작품도 있죠. 그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행복한 추억까지 남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잔디밭에서 모두가 마음껏 뛰놀 수 있어 가족 나들이 코스에 손색이 없습니다.
갈미한글공원, 그리고 갈미문화공원은 자연의 생태계가 오롯이 보존된 장소였습니다. 덕분에 갈색으로 변해가는 수목들을 바라보며 오랜만에 휴식을 취했는데요. 독특한 조형미를 자랑하는 한글 자모 작품들을 감상하는 기회까지 누릴 수 있어 흡족했습니다. 여러분께서도 이번 573돌 한글날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방문해 보시는 건 어떨까 합니다.
[의왕 갈미한글공원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