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소복이 내린 주말, 행궁동을 찾았습니다. 행궁동에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멋진 벽화 마을이 있습니다. 수원 화성행궁 인근에 있는 행궁동은 문화재 보호를 위해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는데요. 덕분에 7~80년대의 건물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2010년 대안공간 <눈>에서 ‘이웃과 공감하는 예술프로젝트-행궁동 사람들’을 진행하며 골목에 벽화를 그리게 되었는데요. 작가, 주민, 자원봉사들이 함께 한 벽화가 과거의 모습을 간직한 행궁동에 새로운 매력을 불어 넣어주었습니다. 지금부터 행궁동 벽화 마을로 함께 떠나 볼까요?
골목 어귀에서 알록달록한 표지판이 저를 맞이했습니다. 행궁동 벽화 마을은 아담한 규모지만 테마에 따라 길에 예쁜 이름이 붙어있는데요. ‘소풍 가는 날’, ‘사랑하다 길’, ‘처음 아침 길’ 등 다양한 길을 따라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그림이 가진 힘은 대단합니다. 한 폭의 그림이 낙후된 마을의 분위기를 180도 바꾸어놓았는데요. 낡은 벽에 알록달록 채색된 벽화들이 옛날 집들을 환하게 밝히는 것 같았습니다. 벽에 그려진 그림들은 제각기 다른 분위기로 골목을 물들이는데요. 골목길을 거닐며 저마다의 분위기를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림이 없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담벼락 앞에서 걸음을 늦추고 벽화에 담긴 이야기들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벽화를 구경하며 골목길을 구석구석 누비다 보니 ‘눈으로 가는 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길을 따라 조금만 걸으면 행궁동 벽화 마을이 태어나게 한 곳, <대안공간 눈>에 도착합니다.
<대안공간 눈>과 <예술공간 봄>은 수원 행궁동의 한 가옥을 복합예술공간으로 꾸민 공간입니다. 이곳은 원래 방앗간으로 쓰이던 건물이었다고 하는데요. 개조 후 지하 1층과 지상 1층은 각각 전시실로, 로비에 해당하는 1층의 넓은 공간은 예술체험공간과 카페로 변모했습니다.
대안공간 눈과 예술공간 봄에서 진행되는 모든 전시는 무료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예술체험공간에서 소정의 체험료를 내면 모자이크와 버닝아트, 죽필 캐리커처 등의 다양한 문화활동을 체험해 보실 수 있는데요. 모자이크 체험 후에는 문화공간 한쪽 벽면에 자신의 작품을 전시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만의 사연들을 그려 넣은 손바닥만 한 작은 목판들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워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는데요. 다른 사람들의 소소한 사연을 읽어보는 것도 또다른 체험이 될 수 있겠죠? 1층 카페에서는 커피와 허브티 등 간단한 다과를 판매하고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현재 전시실 1과 2에서는 행궁동 사람들 2017 <마을에 예술의 씨앗을 심다> 展이 열리고 있는데요. 최근 개발업자가 행궁동 벽화골목에 들어오면서 훼손된 벽화와 마을공동체의 복원을 위해 마련된 모금 전시라고 합니다. 그 동안 행궁동 프로젝트와 함께한 작가들의 소품을 판매하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금 전액은 2017년 벽화골목 보완과 프로그램 운영기금으로 쓰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행궁동 사람들 2017 <마을에 예술의 씨앗을 심다>展은 2월 9일까지 전시되었는데요. 2월 10일부터 2월 23일까지는 제1, 2전시실에서 신진작가지원 특별기획전 <Knock>이 열린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행궁동 벽화 마을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골목에 벽화가 무척 잘 어울렸는데요. 과거와 현재의 매력적인 공존이 낙후되었다는 이미지가 강했던 행궁동을 찾아가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멋진 벽화와 전시를 만나고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행궁동으로 나들이 가는 것은 어떨까요?
[행궁동 벽화마을 찾아가는 길]